녹음·녹취록과 전문증거 — 형사재판에서 증거가 되는 조건
형사재판에서 녹음 속 말을 “그 말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증거로 쓰면 전문증거 규칙이 적용돼요. 이때는 녹음이 원본 그대로이고, 형사소송법 제313조가 정한 조건(녹음된 대로라는 증명 등)을 갖춰야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협박처럼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증명할 대상이면 전문증거 규칙이 적용되지 않아요.
전문증거가 뭔가요
전문증거는 법정에서 직접 한 말이 아니라, 법정 밖에서 한 말을 서류나 다른 사람의 진술로 전해 오는 증거예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법이 따로 정한 경우(제311조~제316조)가 아니면 이런 증거를 쓸 수 없다고 정해요. 상대가 법정에서 그 말을 따져 물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에요.
민사재판에는 이런 규칙이 없어요. 판사가 자유롭게 판단하니(민사소송법 제202조) 이 글은 형사재판 이야기입니다.
녹음은 “진술을 담은 서류”처럼 다뤄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은 진술서나 진술을 적은 서류에 더해, 진술이 담긴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 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도 포함한다고 정해요. 대법원은 녹음된 진술도 실질적으로 진술을 적은 서류와 다르지 않다고 보고 이 조항을 적용해 왔어요.
| 녹음 속 말 | 증거가 되는 조건(상대가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을 때) |
|---|---|
| 피고인이 한 말 | 녹음한 사람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말한 대로 녹음됐다고 진술하고, 그 말이 특히 믿을 만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야 함(제313조 제1항 단서, 대법원 2012도7461) |
| 피고인 아닌 사람이 한 말 | 그 진술자 등의 법정 진술로 녹음된 대로라는 점이 증명돼야 함(제313조 제1항 본문) |
| 말한 사람이 사망·질병·외국 거주·소재불명 등으로 법정에 못 나올 때 | 특히 믿을 만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이 증명되면 쓸 수 있음(제314조) |
어느 경우든 녹음 파일이 원본이거나 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복사한 사본이라는 점이 먼저 증명돼야 해요(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7461 판결).
말한 것 자체가 증명 대상이면 달라요
대법원은 녹음 속 말의 내용이 사실인지가 증명 대상일 때 전문법칙이 적용되지만, 그런 말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증명 대상이면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어요(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도10978 전원합의체 판결).
예를 들어 상대가 전화로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사건이라면, 협박하는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예요. 이때 녹음은 그 말이 실제로 있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 전문증거 규칙의 문제가 아니에요. 물론 원본 그대로라는 점은 여전히 필요해요.
녹취록은 녹음을 대신하지 못해요
녹취록과 녹음 내용이 같은지 법원이 검증한 경우, 증거가 되는 것은 녹음에 담긴 대화 자체라고 대법원은 봐요(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2945 판결). 원본 녹음기를 조사하지 않고 다시 녹음한 테이프만으로 유죄 증거를 삼은 것을 잘못이라고 본 것도 이 판결이에요.
형사재판에서 녹음 증거조사를 신청할 때는 녹음된 사람, 녹음한 사람, 녹음 일시·장소를 밝혀야 하고,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가 요구하면 녹취서를 내야 해요. 조사는 녹음을 재생해 듣는 방법으로 하고, 재판장은 의견을 들어 중요한 부분만 재생할 수도 있어요(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8).
피고인 쪽이 녹음을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면, 법원이 진정한 것으로 인정할 때 증거로 쓸 수 있어요(형사소송법 제318조). 실제 사건에서는 동의 여부에 따라 필요한 절차가 크게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미리 챙길 것
- 원본 파일과 녹음한 기기 보관, 복사할 때 해시값 기록(녹음 원본 보관)
- 녹음 경위 메모: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녹음했는지
- 법정에서 “내가 녹음했고 들은 대로 녹음됐다”고 진술할 수 있게 기억해 두기
- 남들끼리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면 애초에 증거로 쓸 수 없으니 제3자 녹음 확인
수사 단계에서 녹음을 내는 방법은 경찰서 녹음 파일 제출에 정리했어요. 녹음이 많다면 Factbox 로 받아 적고 발언마다 녹음 시각을 붙여 두면, 법정에서 어느 대목을 들려줄지 고르기 쉬워져요.
자주 묻는 것
- 녹음 파일은 전문증거인가요?
- 녹음 속 말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증거로 쓰면 전문증거로 다뤄져 형사소송법 제313조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해요.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증명 대상이면 전문증거 규칙이 적용되지 않아요(2014도10978).
- 녹취록만 내면 형사재판 증거가 되나요?
- 녹취록은 녹음을 옮긴 것이고, 법원은 녹음에 담긴 대화 자체를 증거로 봐요(2005도2945). 녹음 원본이나 원본 그대로의 사본을 함께 내야 해요.
- 피고인이 녹음을 증거로 쓰는 데 반대하면 어떻게 되나요?
- 녹음한 사람이 법정에서 진술해 녹음된 대로라는 점을 증명하는 등 제313조의 조건을 갖춰야 해요. 피고인의 말이 담긴 녹음이면 특히 믿을 만한 상황에서 한 말이라는 점도 필요해요.
- 민사재판에서도 전문증거 규칙이 적용되나요?
- 아니에요. 민사재판은 판사가 증거를 자유롭게 평가하는 방식이라 형사재판의 전문증거 규칙이 없어요. 다만 녹음을 얼마나 믿을지는 따로 판단해요.